기억유지장치(Memory Machine)

 

 

 

 

 

상실감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변화라는 것은 당연하게 현재라고 여기던 것이 과거로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있다가 없어지는 것이다.

  어떤 대상이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은 자신의 일부처럼, 살아오는 환경 속의 조각처럼 들어맞아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던 간에 헤어짐이란 일상을 흔드는 변화이다. 하지만 그 헤어짐의 가슴아픈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과거가 되어버리고 아픔도 무뎌진다. 생생히 현재 속에 존재하던 것은 기억이라는 것으로 남게되고 아픔이 무뎌지는 만큼 기억도 희미해져간다.

  기억유지장치 시리즈는 멀어지는 기억을 붙잡아두는 장치이다. 원형의 이미지는 렌즈와 빛을 통해 무한히 영사된다. <기억유지장치-3월>에서 영사되는 이미지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일상은 상실감을 받은 사람에게는 그저 평범한 일상이 아닌 변화되고 낯설은 환경일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떠나버린 존재에 대한 기억을 찾는 것이다.

  매일 똑같은 반복되는 하루를 살지만 그렇다고 다 똑같을 수는 없다. 어제와 오늘 어떤 사물의 위치가 바뀌었다던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어제는 지나가버린 시간이기 때문에 오늘과는 다른 날이다. <기억유지장치-15일의 하늘>에서 작가는 15일마다 하늘을 기록했다.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왔지만 그 것은 분명히 다른 날이었다. 헤어짐의 순간부터 끊임 없이 변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말은 곧 시간이 흘러왔다는 것이다.

  기억유지장치의 작업들에서는 텅비어버린 마음과는 다른 변화없이 여전한 일상들에서의 허무함과 야속함을 보여주지만 결국 인지하지 못한 시간에 따른 변화가 있었음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상실감에서 시작되어 기억을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작업은 시간에 의한 변화에 대한 허무함을 내포하고 있다.

 

2016 오픈스쿨 전시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