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ification

Purification 2016

video installation 

single channel video, 3:23

 

 

 

문득 떠오르는 그 날의 기억이 있다. 그 때의 나를 어렸었고 죽음에 대해 무기력하게 바라보기만 한, 나는 방관자였다.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죄의식은 억압이 되어 무의식 속의 트라우마로 존재하게 된다.

“나는 죽음을 방관한 방관자입니다.”
이 비디오는 이러한 세례 의식에 착안하여 흰 망사를 두르고 반복적으로 자신의 죄를 웅얼거리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 나온다. 웅얼거리며 고백하는 죄의 내용은 죽음을 방관했던 자신의 무기력함에서 시작된 것이다.
종교 의식에서 물로 세례를 하는 것은 낡은 생명을 정화하여 새롭게 탄생하는 의식이다. 신체를 물에 담금으로써 순수상태로 회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긴 시간동안 내면에 머무르는 트라우마는 물로써 정화될 수 있을까?
이 비디오는 죄의식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욕구를 ‘고백’이라는 행위로 드러내고 모든 마음의 짐을 ‘물‘을 통해 깨끗이 정화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하지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고 얼굴 또한 알아보기가 어렵다. 죄를 고백하는 순간에서도 자신을 감추고 싶어 하는 본능적이고 개인적인 행동에서 다시 한번 위의 질문, 지극히 개인적인 죄의식에서 비롯한 트라우마는 물로써 정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

이 작업은 구 질병관리본부 폐수처리장이라는 장소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비디오이다. 현재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곳이지만, 폐수를 씻어냈던 장소에서 죄의식이라는 감옥에서 물로써 구원받길 바라는 욕구를 담은 장소특정적 작업이다.